어지럼증, 빈혈의 한방요법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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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한방1내과교수 현훈이란 용어는 "어지럽다"는 간단한 증상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고, 물체가 빙글빙글 돌게 느껴지는 회전성의 어지러움증(vertigo), 그리고 이 외에도 비회전성 비틀거림, 무력감, 눈이 침침함, 아찔하여 넘어지거나 실신, 머리가 텅 비거나 멍한 느낌, 메스꺼움, 창백, 진땀 등 증상을 포함하여 일컫는다. 실제로 어지럼증이 발생할 수 있는 경우로는 1) 중추신경인 뇌에 이상이 생기거나 혹은 뇌를 자극하는 현상들이 생겨서 발생하거나 2) 눈, 귀, 입, 코 등에 이상이 생겨서 부차적으로 어지럼증이 생기거나 3) 빈혈이 있어서 뇌에 혈액공급이 잘 안되거나 4) 구체적인 이상은 없으면서도 허약한 사람에서 일시적으로 어지럼증이 생기곤 하는 현기증 등 다양하게 있다. 임상에서는 주위의 물체들이 빙글빙글 돌면서 구역질이 나거나 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등의 증상이 겸하여 나타나는 진성현훈(眞性眩暈)과 이와 같은 구체적인 증상은 없으나 막연하게 어지럽고 핑 도는 듯한 느낌이 드는 위성현훈(僞性眩暈)으로 구분하여 보고 있다. 이지럼증을 조금 더 세분해 보면, 다음의 몇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어릴 때 하던 놀이 중 코를 잡고 한참을 돌다가 일어섰을 때와 비슷한 느낌으로 주위의 환경이 모두 돌고 있는 듯하고 심한 경우 울렁거리고 메슥거리는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현기증)인데, 이것은 귀의 한 부분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기능을 하는 곳에서 문제가 생겨서 그런 것과 간혹은 뇌간이라고 하는 뇌의 한 부분에 이상이 생겨서 생기는 것이다. 또 오랫동안 앉아있다가 일어날 때 갑자기 정신을 잃거나(실신), 정신을 잃을 정도의 상태가 되는 것이 있다. 이러한 상태는 대개 심각한 병으로 오는 것은 아니며 일시적으로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서 생기는 증상이다. 평소에 신경이 몹시 예민한 사람이 견디기 힘들 정도의 불안감, 공포감 또는 과도한 스트레스 등으로 인하여 이를 회피하려는 반응에서 나타날 수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주위에서는 별 대수롭지 않게 느낄 수 있지만 환자 본인은 대단히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일반적으로 정신을 잃게 되는 경우에는 대부분 의식상실이 있기 전에 전조증을 느끼게 되는데, 일시적인 메스꺼움, 구역질, 식은 땀, 불안감, 머리가 갑자기 무거워지는 느낌 등을 느끼게 되고 점차 식은땀을 많이 흘리면서 심한 경우는 맥박이 아주 미약해지는 상태로 되는 경우가 있다. 깨어난 후에는 기운이 쭉 빠지고 멍한 느낌이 들며 신경이 더 예민해진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으며, 만약 이러한 증상이 비교적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된다면 지나친 긴장과 불안이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였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빙빙도는 어지럼증이나 정신을 잃을 것 같은 느낌은 들지 않지만 중심이 잘 안잡히는 느낌이 들고, 점차로 걷는 것이 힘들어지는 상황으로 빠지는 경우를 볼 수 있다(불균형). 이러한 증상이 생기는 원인으로는 시력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 뇌에서 운동신경을 주관하는 소뇌의 이상이 발생한 경우, 귀의 세반고리관에 이상이 생긴 경우, 근육자체의 무기력, 척추와 사지의 관절염, 약물을 과도하게 써서 생기는 부작용이나 독성, 저혈당증, 파킨슨병, 그리고 정신과적인 문제 등을 들 수 있으며, 이러한 원인들에 대하여는 자세한 진찰을 통하여 원인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어지럼증 퇴치의 기본이다. 다음으로는 심리적으로 압박받는 상황이나 혹은 과도한 호흡만으로도 머리가 무거운 느낌이 들 수 있는데 이러한 느낌을 두중(頭重)이라고 하고 따라서 치료도 그에 적절한 관리요령을 익히게 하는 것 정도로 충분한 것도 있다. 또 실질적으로 빈혈로 인하여 뇌에 혈액공급이 적절하게 되지 않아서 어지럼증이 오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빈혈이 오는 원인으로는 혈액을 만들어내는데 필요한 영양분이 부족해서 오는 영양결핍성빈혈, 골수에서 혈액이 생성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서 오는 생산결핍성빈혈, 그리고 만들어지기는 잘 하지만 출혈이나 혈액의 파괴가 늘어나는 등의 혈액이 손실이 많이 생겨서 오는 빈혈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이러한 위의 원인들과는 직접적으로 관련은 없지만 기운이 없어서 어지럼증을 느끼는 경우를 가정해 볼 수 있다. 이것은 위에서 언급한 실신이나 불균형 및 두중에서도 중복되는 듯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기력(氣力)이 약(弱)해서 기혈순환(氣血循環)이 제대로 되지 못하여 생기는 어지럼증이 있을 수 있다. 진료실에서 환자들이 어지러울 때 빈혈이 있다고 표현하는 경우에 해당하고 실제 혈액검사상 이상은 없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러한 어지럼증을 한의학에서는 간(肝)의 기능이상으로 인하여 생긴다고 보고 있다. 한의학에서 간(肝)은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기운, 건강하게 잘 움직이는 기운을 대변하는 장기로 보고 있으며, 따라서 잘 소통되어야 할 것이 막혀있다거나 혹은 너무 심하게 움직여서 문제가 되는 것은 간의 이상으로 보았다. 지나치게 움직임이 심해서 발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어지럼증의 주요 목표점은 간의 기능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조심할 부분은 간의 기능이라고 하여도 일반적으로 서양의학자들이 말하는 간의 효소치나 황달색소등에서 이상이 발생하는 간장의 기질적인 이상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어지럼증은 한자로 현훈(眩暈)이라고 하는데, 현(眩)은 시야가 흐리고 어둡게 느끼는 것을 말하고, 훈(暈)은 머리가 어지럽게 움직이는 느낌을 말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훈이라고 표현할 때에도 약간의 구분이 있는데, 목현(目眩)은 안화(眼花, 시야에 별같은 것이 떠다니는 것)가 먼저 생긴 후에 머리가 어지러운 것을 표현한 것이고, 전현(전眩)은 머리가 먼저 어지러운 후에 안화가 생기는 것을 말하며, 현모(眩冒)라 하여 머리가 무겁고 어지러운 것에 겸하여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표현하는 말이다. 이러한 현훈은 십중팔구가 몸의 원기가 허약한 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되는 것이고, 병의 기운이 머리 쪽으로 몰려서 어지럼증이 발생하는 것으로는 담화(痰火)를 원인으로 꼽았다. 이 담화라는 것을 현대적인 의미로 본다면 귀에 이상이 있거나 중추신경과 관련된 이상 등으로 인한 어지럼증을 표현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임상에서는 단순히 원기가 허약한 데에서만 어지럼증이 나타나거나 혹은 담화와 같이 나쁜 기운이 인체의 상부로 몰린 실증(實證)에 의해서만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허약한 상태와 병적으로 과잉되어있는 상태가 공존하는 것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이러한 현훈을 동의보감에서는 바람을 싫어하면서 진땀이 나고 어지러운 풍훈(風暈), 갈증이 많아서 물을 자주 마시면서 어지럼증이 있는 열훈(熱暈), 구토하고 머리가 무거워서 들기 힘들고 두근거리면서 어지럼증이 나타나는 담훈(痰暈), 미간이 아프면서 눈을 뜨기 힘들고 어지러운 기훈(氣暈), 각종 허약한 상태에서 어지럼증이 나타나는 허훈(虛暈), 코가 막히고 목소리가 무겁게 가라앉고 어지러운 습훈(濕暈)의 여섯 가지로 나누어 보고 각각에 대한 치료법을 제시하고 있다. 실제 임상에서는 어지럼증을 간양상항(肝陽上亢), 기혈휴허(氣血虧虛), 신정부족(腎精不足), 습담교저(濕痰交阻) 등으로 구분하여 보는 경향이 많다. 간양상항(肝陽上亢)의 어지럼증은 정서적으로 억울, 분노가 오랫동안 지속되면 속으로 열이 많아지고, 간장의 음기를 손상시켜서 간의 양기가 위로 치솟아서 생긴다. 또한 신장의 음기가 부족하면 간에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해주지 못하여서 간의 음기가 부족하여지면 역시 간의 양기가 위로 치솟아서 어지럼증이 나타난다. 이 때에는 어지럼증이 있으면서 눈이 깔깔하고 머리가 아프고 얼굴이 발그레하게 되며 가슴이 답답하고 잠이 잘 안오면서 꿈만 많아지고 손발바닥에 열이 나고 입이 쓴 느낌이 있게 된다. 두번째로는, 기혈휴허(氣血虧虛)라고 하여 오랜 병이나 장기간의 출혈, 또는 기타 원인으로 기혈(氣血)이 소모되거나 또는 소화기관이 약해서 영양섭취를 못하면 기혈을 생성하지 못하여 기혈이 모두 부족하게 된다. 기(氣)가 허(虛)하면 맑은 기운이 위로 올라가지 못하고 혈(血)이 허(虛)하면 뇌(腦)가 영양분 공급을 못받으므로 어지럼증이 발생한다고 하였다. 이 때에는 어지럼증이 있으면서 면색이 창백하며 피부와 모발은 윤택하지 않고, 입술이나 손톱이 윤기가 없고, 두근거리면서 잠이 잘 안오고, 팔다리가 나른하고, 정신이 멍하면서 말이 느린 듯 하고, 식욕이 없게 된다. 세 번째로는, 신장(腎臟)의 정기(精氣)가 부족하여 어지럼증이 발생되는 것을 들 수 있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신장은 선척적으로 타고나는 활력의 근본이 되는 곳으로 정기를 저장하여 골수를 만들어내는 곳이다. 만일 선천적으로 허약하게 타고나거나 또는 성생활을 과도하게 하여 신장의 정기를 손상하면 골수를 생성하지 못하고 따라서 뇌수(腦髓)가 부족하여져서 어지럼증이 생긴다고 하였다. 이 경우에는 어지럼증이 있으면서 귀에서 소리가 나고, 정신이 흐릿하며, 기억력이 감퇴되고, 허리와 무릎이 시리고 힘이 없으며, 유정(遺精), 발기부전, 안화, 수면중에 땀이 과도하게 나는 증상, 수면장애 등이 나타난다. 양허(陽虛)가 심하면 팔다리가 차갑게 느껴지고, 음허(陰虛)가 심하면 손발바닥에 열이 나게 느껴진다. 다음으로 습담교저(痰濕交阻)를 들 수 있는데, 고지방식이나 고열량식을 과도하게 하면 비위(脾胃)의 기능이 상(傷)하고 습(濕)한 기운이 쌓여서 담(痰)이 만들어지며 따라서 습과 담이 서로 엉키게 되는데, 이 때 맑은 양기가 위로 머리로 올라가지 못하고 탁한 음기가 순환이 안되어 머리에 머물러있게 되어서 어지럼증이 발생한다고 하였다. 이 때에는 어지럼증이 있으면서 머리가 무겁고 혹은 머릿속이 꽉들어찬 느낌이 들거나, 가슴이나 명치부위가 그득하며, 메스껍고 구역질이 나고, 식욕이 없고, 온 몸이 무거우며, 드러눕고 싶기만 한 상태가 되기 쉽다. 한의학에서 어지럼증을 치료하는데 있어서는 대개 위의 네가지 영역을 기본으로 하여 치료에 임하고 있다. 뚜렷한 질병이 있는 경우는 그 질환의 치료를 우선으로 하면서 겸하여 나타나는 증상들에 대하여 적절한 처방을 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면, 중풍과 같은 뇌의 이상이 있는 경우는 중풍치료를 위주로 하면서 어지럼증이 있으면 그 원인을 위의 네가지 영역에서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관찰하여 치료하고, 귀에 이상이 있는 경우나 빈혈이 심한 경우 등에서도 역시 동일한 원칙을 적용하여 치료하고 있다. 아울러 예전에는 많이 활용되지 않았지만 최근 각종 연구결과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진 약재들에 대하여는 적극 활용도를 높여서 치료효과를 높여나가고 있다. 예를 들면, 빈혈로 인한 어지럼증에 혈액의 생성에 좋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진 계혈등(鷄血藤)이라는 약재를 활용하는 것 등이다. 뚜렷이 밝혀진 질병이 없이 나타나는 어지럼증에 대하여는 서양의학에서는 적극적인 치료대책이 없는 것이 보통이지만, 한의학에서는 나타나는 증후별 특징을 관찰하여 적합한 약재를 투여하는 변증(辨證)이라는 기술을 통하여 치료처방을 운용할 수 있는데, 이것이 한방치료의 큰 장점 중의 하나라 할 수 있다. 어지럼증의 치료에 있어서 침과 뜸을 활용하는 방법도 예전부터 많이 활용되어왔다. 머리가 아프면서 어지럼증이 많은 경우에는 목과 머리부위의 침자리들에 침을 놓아서 치료하게 되고, 소화가 안되면서 구역질이 나고 또한 어지러운 증상에는 복부에 침을 놓거나 뜸을 뜨면서 사지의 관문이라고 하는 사관혈(四關穴)을 치료하게 되고, 주로 기운이 약해서 어지럼증이 생긴 경우에는 족삼리(足三里)나 삼음교(三陰交)라는 부위에 뜸을 사용하면 어지럼증에 효과적인데, 이러한 방법들을 활용하면 어지럼증의 다양한 증상들에 대단히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고 만족스러운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일부 뇌종양이나 뇌간의 신경에 심각한 이상이 발생하는 등 기질적인 이상이 있는 경우에는 외과적인 수술요법이나 기타 다른 서양의학적인 처치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단편적으로 얻은 몇 가지의 지식에 의지하여 개인적으로 치료를 해 보려고 하기 보다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편이 현명하다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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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1-10-11 | 조회수 | 297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