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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비는 만병의 원인이다

화창한 어느 날 오후 맵시있는 옷차림의 젊은 여자분이 진료실을 찾아왔다. 어디가 불편하세요? 변비가 심하고 얼굴에 뭐가 자꾸 나요. 언제부터 변비가 시작되었나요? 아마 고등학교 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얼마에 한번 변을 보세요? 약을 먹지 않으면 변이 나오지 않아 일주일쯤 되면 약을 먹게 되요.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세요? 회사일이 바빠서 아무런 운동도 못해요.

이와 같이 변비를 호소하는 환자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이런 환자들은 몇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젊은 여성이 많으며 이들은 대체로 예민하거나 신경질적인 면을 같고 있다. 둘째는 생활이 바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며 운동을 전혀 못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변비와 함께 얼굴에 뭐가 난다거나 비만이나 두통 등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이 있다는 것이다.

변비가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
대개 배변회수가 일주일에 2회 이하인 경우, 적어도 4회의 배변중 한번 이상에서 과도한 힘을 주어야 하는 경우, 변이 딱딱한 경우, 변을 보고 나서도 잔변감이 남는 경우 등의 증상 가운데 2개 이상의 증상이 일정기간 지속될 때 변비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변비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대부분 기능적인 이상인 경우가 많다. 복잡한 사회생활에 따른 스트레스, 편식, 운동부족, 불규칙한 생활 등이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밤늦게까지 일하거나 공부를 하다 보면 잠이 부족하게 되고 이러한 이유에서 아침에 상쾌한 기분으로 일어나지 못하고 시간에 쫓겨 아침식사를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위대장 반사에 의한 배변리듬이 깨져 결국 변비에 걸리게 된다. 때로는 과민성장증후군과 같은 증세를 일으켜 설사나 복통을 수반하는 변비가 되기도 한다. 그밖에도 기질적인 원인으로는 치질, 암에 의한 대장폐쇄, 대장게실 등으로 인해 변비가 오기도 한다.

변비의 원인을 이렇게 보기 때문에 한방(韓方)에서는 이러한 변비환자를 종합적으로 살펴보게 된다. 그 중에서도 제때에 식사를 하지 못하거나 맵고 열성(熱性)인 음식을 많이 섭취해서 대장과 소장에 열이 발생하게 되고 진액(津液)이 부족하게 되어 장내의 전도배설의 기능에 이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또한 기비(氣秘)라 하여 긴장이나 스트레스 등의 정서적 원인을 주요한 발병원인으로 간주하고 있다.

실증과 허증으로 나누어 한약치료
변비의 한의학적 치료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첫째, 실증(實證)의 경우는 응결된 것을 풀기 위해 대황(大黃) 망초(芒硝) 후박(厚朴) 지실(枳實) 등을 쓴다. 둘째, 허증(虛證)의 경우는 건조한 것을 습윤하게 하기 위해 당귀(當歸) 지황(地黃) 마자인(麻子仁) 욱이인(郁李仁) 등을 사용한다.

또한 체질적으로 변비인 경우에는 몇 가지 원칙에 맞추어 예방 및 치료를 한다.
⑴소양인(少陽人)은 열이 많은 체질이므로 맵고 열성인 음식이 좋지 않으며 비교적 싱싱하고 찬 음식이나 채소와 해물류가 적합하다.
⑵태음인(太陰人)은 비교적 위장기능이 활발하여 식성이 좋고 음식을 잘 먹는 체질이므로 과식 또는 야식 등의 불규칙한 식사습관을 고쳐야 한다.
⑶소음인(少陰人)은 비위가 약해 소화장애가 오기 쉽고 몸이 찬 체질이므로 비교적 소화되기 쉬우며 따듯한 음식이 적합하다.

섬유질 음식을 충분히 섭취해야
그리고 손쉽게 할 수 있는 예방 및 치료법중 가장 중요한 것은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기르는 것이다. 아침식사를 거르는 것은 변비에 아주 좋지 않다. 식사를 하지 않으면 큰창자가 자극을 받지 못해 대변을 잊게 되고 그러다가 변비에 걸리게 되기 때문이다. 또 평소 정해진 시간에 배변하는 버릇을 길러야 한다. 다만 이때 신문 등 뭔가 읽을거리를 들고 화장실로 가는 것은 금물이다. 화장실에 오래 앉아있다고 해서 변이 잘 나오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항문이 밖으로 튀어나와 치질로 발전하기 쉽기 때문이다.

변비가 있는 경우 식사에 있어서는 평상시에 섬유질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야채 과일 해조류 현미 옥수수 감자 고구마와 같은 곡물에 많이 들어있는 섬유질은 배변에 도움을 준다. 이러한 섬유질은 대변의 형태를 유지해 주고, 창자를 자극하여 밑으로 밀어내리는 운동을 활발하게 해 주며, 수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서 변이 딱딱해지는 것을 막아 주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변비는 장의 진액이 적어진 관계로 초래되는 것이므로 성욕을 억제하고 맵고 마른 음식이나 고기류 등을 삼가는 것이 좋다. 특히 주의할 것은 함부로 사하제를 먹거나 관장을 해서는 아니된다. 마지막으로 배변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기상시와 취침시에 윗몸일으키기 운동을 매일 반복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특히 항문의 근육을 강화시키는 기공운동은 요즘 각광을 받고 있다.

김진성 한방병원3내과교수

작성일 2022-09-26 조회수 1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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