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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화탕(雙和湯)

감기기운 느낀다고 함부로 먹으면 금물 정확한 진단과 판단 필요

어느덧 가을이 턱밑까지 다가왔습니다. 올 여름은 유난히 비가 자주 와서 그 흔한 열대야 한번 없이 지나간다 싶더니, 말복 지나자마자 아침저녁으로 부는 선선한 바람이 천고마비의 계절임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확히 말하자면 계절이 바뀌는 이른바 '환절기(換節期)'에 들어선 셈인데, 이맘때면 항상 건강을 위협하는 불청객-감기(感氣)-이 기승을 부립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감기" 하면 어떤 처방이 생각나세요? 매스컴의 잘못된 세뇌교육 탓에 혹 두말할 나위 없이 '쌍화탕(雙和湯)'이 떠오르는 것은 아닌가요?

쌍화탕은 송(宋)나라 때 태의국(太醫局)에서 편찬한 방서(方書)인 '태평혜민화제국방(太平惠民和劑局方)'에 가장 먼저 등장합니다. 태평혜민화제국방! 가물가물하겠지만 처음 듣는 이름은 아니지요? 그렇습니다. 지난달에 설명한 '십전대보탕', 이번에 소개하는 '쌍화탕', 그리고 언젠가 언급할 '우황청심환(牛黃淸心丸)'은 모두 이 '화제국방'에 실려있는 처방들입니다. 아울러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겠지만, 큰 병을 앓은 후 조리할 때 많이 쓰이는 삼령백출산(蔘 白朮散), 해산하는 달에 임박하여 복용하면 분만하기 수월하다는 불수산(佛手散), 소화기계통이 허약하여 회충으로 배앓이를 할 때 사용하는 안회이중탕(安蛔理中湯) 등도 이 '화제국방'에 수록된 것들이지요.

아무튼 '태평혜민화제국방'은 한의계에서 활용빈도가 높은 여러 가지 처방들이 최초로 기재된 무척 의미 있는 성약처방집(成藥處方集)인데, 그에 따른 역기능 또한 만만치 않아 엉뚱한 현상을 초래하기도 하였습니다. 이야기인즉슨 '화제국방'은 질병의 원인이나 기전 등과 같은 의학이론에 대한 설명은 빈약하면서도, 국어-그 당시는 당연히 한자이겠지만-만 알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처방을 선택하여 약을 지어먹을 수 있는 편집체계를 지니고 있는 탓에, 결과적으로 약물의 오·남용을 부추긴 셈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즉 정확한 진단 없이 투약을 일삼는, 비유컨대 부종(浮腫)이 있을 때 원인 질환을 파악하지 않고 이뇨제의 복용만으로 해결하려는 우(愚)를 범하는 것과 일맥상통하겠지요.

피와 관련된 일체의 질병 치료효능
이제 "약 모르고 오용(誤用) 말고, 약 좋다고 남용(濫用) 말자"라는 금언을 되새기면서, 쌍화탕에 대해 정확히 알아봅시다. 쌍화탕은 백작약(白芍藥)·숙지황(熟地黃)·당귀(當歸)·천궁(川芎)으로 구성된 사물탕(四物湯)과 황기(黃 )·계지(桂枝)·감초(甘草)·생강(生薑)·대추(大棗)로 조합된 황기건중탕(黃 建中湯)을 합방(合方)한 처방으로 모두 9가지 약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물론 쌍화탕 속의 개개 약물의 용량은 '화제국방'에 기록된 내용과 '동의보감(東醫寶鑑)'에 기재된 바가 각각 달라, 자세하게 따지고 들면 미묘한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쌍화탕이, 피와 관련된 일체의 질병을 치료(通治血病)하는 효능이 있는 까닭에 보혈(補血)의 대표적 처방으로 불리는 사물탕과, '자한(自汗)' - 자한은 낮 밤 가리지 않고 아무 때나 땀이 축축하게 흐르는 것으로 신체를 움직이면 땀이 더욱 많이 나는 증상(自汗者 無時而  然出 動則爲甚)을 말합니다 - 에 뛰어난 효과를 발휘하는 황기건중탕을 합하여 만든 처방임에는 분명하지요.

비질비질 땀을 흘릴 때 가장 좋은 약
쌍화탕은 허약(虛弱)해 보이는 사람이 힘든 일을 하거나 큰 병을 앓고 난 후 비질비질 땀을 흘릴 때 가장 좋은 약이랍니다. 처방에 대한 자세한 해설인 방해(方解)에 따르면, 쌍화탕은 정신과 기운이 다 피곤하고(心力俱勞), 기와 혈이 모두 상한 것(氣血皆傷), 성생활을 한 뒤 몹시 힘든 일을 하거나(或房室後勞役) 힘든 일을 하고 나서 성생활을 하는 것(或勞役後犯房), 중병을 앓은 뒤에 허로로 기가 부족해서 저절로 땀이 나는 것(及大病後虛勞 氣乏 自汗) 등을 치료하는 최고의 처방(最效)이라 하였답니다. 물론 이상의 내용을 완벽히 이해하려면 "땀은 피의 또 다른 이름이다(汗者血之異名)", "성생활을 하지 않을 때 정은 혈맥 속에 있다가 성관계 시 명문에 이르러 정으로 변한다(人未交感 精涵于血中 交感之後 至命門而變爲精)" 등과 같은 한의학 이론에 정통해야 하겠지만, 어떻든지 쌍화탕이 감기에 먹는 약이 절대 아닌 것만은 분명하지 않습니까?

병증을 정확히 파악 진단하여 투여
체내의 음양(陰陽)·기혈(氣血) 등을 쌍(雙)으로 조화롭게(和) 해준다는 쌍화탕 역시 병증(病證)을 정확히 파악하는 진단을 거쳐 투여해야만 하는 약인 것입니다. 특히 처방 중의 황기는 얼굴빛이 검푸르면서 기운이 충실한 사람에게는 오히려 해로울 뿐 아니라, 과다복용으로 숨이 찰 때에는 삼요탕을 먹어야만 된다고 했거든요(黃  蒼黑氣實者 勿用, 氣實人 因服黃 過多而喘者 三拗湯以瀉之).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실토실한 사람이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으면서 으스스 한기(寒氣)만을 느끼는 감기 초기에, 온 몸 여기 저기가 쑤시고 무거운 몸살 기운이 좀 있다고 쌍화탕을 먹어야 되겠습니까? 하기야 시골 다방에서는 그도 모자라 달걀 노른자까지 띄워 준다던데...

 

출처 : 한방 6내과 - 안세영 교수

작성일 2020-08-17 조회수 4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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