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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황청심환(牛黃淸心丸)

매년 수학능력시험 때는 우황청심환(牛黃淸心丸)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뜬소문이 그저 근거 없는 소문으로 그치지 않고 오히려 확실한 사실로 밝혀지는 경우가 많은데, 제게 진료 받는 중년의 환자분들도 수험생 자녀에게 먹일 요량이라며 우황청심환을 요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럼 사지가 멀쩡할 뿐더러 혈기 또한 방자한 연령의 준성인(準成人)에게, 단지 긴장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기사회생의 묘약을 먹여도 되는 것인지, 이번에는 우황청심환에 대해 자세히 알아봅시다.

태평혜민화제국방에 등장
우황청심환에 대한 기록은 이전에 소개한 십전대보탕과 쌍화탕처럼 송(宋)대의 '태평혜민화제국방(太平惠民和劑局方)'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습니다. 물론 금원(金元)시기의 두한경(竇漢卿)이 지은 '양의대전(瘍醫大全)'에도, 명(明)나라 때의 만전(萬全)이 저술한 '두진세의심법(痘疹世醫心法)'에도 우황청심환이란 처방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우황청심환과는 구성 약물 및 효능이 많이 달라서, 동명(同名)의 이들 우황청심환은 수록된 책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주로 청열해독(淸熱解毒)의 목적으로 쓰인답니다.

우황청심원에서 우황청심환으로
우리 귀에 익숙한 '동의보감'에는 우황청심환이 "우황청심원(牛黃淸心元)"이란 이름으로 실려 있는데, "원"이 맞을까요? "환"이 맞을까요? 정답은 "환"이랍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허준 선생은 우황청심환에 대한 내용을 명(明)나라 공신( 信)의 '고금의감(古今醫鑑)'에서 그대로 인용하였습니다. 물론 공신 또한 이전의 문헌을 참고하여 수록하였겠지요. 그런데 송대에서 명대로 바뀌는 동안의 여러 황제 중에 "조환(趙桓; 북송의 9대 황제)"이란 임금이 있었던 까닭에, 감히 왕의 이름을 백성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할 수 없어 언제부턴가 "환"이 "원"으로 바뀌게 된 것입니다. 전문 용어로 '휘자(諱字)'라 일컫는 이러한 경우는 사실 병증의 이름에서도 그 전례가 있습니다. 가령 서양의학의 전립선비대에 비견되는 '융폐( 閉)'라는 병증이 한대(漢代)에는 엉뚱하게 '임병(淋病)'으로 둔갑되었는데, 이는 한고조(漢高祖) 유방(劉邦)의 후손인 동한(東漢)의 5대 왕 이름이 "유융(劉隆)"이었기 때문이지요. 황제가 지닌 무소불위의 권력과 신하들이 알아서 긴 흔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지요?

약재와 약물 30여종으로 구성
이제 우황청심원, 아니 우황청심환에 대해 살펴봅시다. 우황청심환은 산약(山藥)·인삼(人蔘)·감초(甘草) 등의 여러 약초와 우황(牛黃)·사향(麝香)·서각(犀角) 등의 동물성 약재 및

주사(朱砂)·석웅황(石雄黃)·금박(金箔) 등의 광물성 약물 등 모두 30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럼 이 식물·동물·광물이 한데 어우러진 알약은 어떤 효능이 있느냐? 약물의 가짓수가 워낙 많아 각각의 효과를 나열한 뒤 이를 취합하여 전체 처방의 효능으로 설명하기는 몹시 힘든데, 한마디로 하면 처방 이름이 뜻하는 것처럼 '청심(淸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심장에 쌓인 화열(火熱)을 식혀서 맑고 깨끗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지요.

좀 모호합니까? 그렇다면 동의보감에서 발췌해 보겠습니다. 우선 중풍문(中風門)의 '갑작스런 중풍에 따른 구급처치(卒中風救急)'라는 조문(條文)에서는 "갑작스런 중풍으로 사리를 분별치 못하고, 담연(痰涎)으로 꽉 막혀 정신이 어렴풋하며, 말이 불분명하고 입과 눈이 삐뚤어지며 손발을 잘 쓰지 못하는 것 등을 치료한다(治卒中風 不省人事 痰涎壅塞 精神昏  言語蹇澁 口眼 斜 手足不遂等證)"고 하였습니다. 또 신문(神門)의 '정신병에 활용 가능한 약물 및 식이(神病通治藥餌)'라는 조문에서는 "심(心)의 기운 부족으로 정신이 오락가락하여 아무 때나 기뻐하거나 화내는 것, 혹은 전광(癲狂; 지나치게 조용히 움츠려 있다가 미친 듯 날뛰는 병) 발작으로 정신이 착란된 증상 등을 치료한다(治心氣不足 神志不定 喜怒無時 或發癲狂 精神昏亂等證)고 하였습니다.

어떻습니까? 우황청심환 하면 떠오르는 막연한 느낌과는 상당한 차이가 나지 않습니까? 동의보감에 낱낱이 드러나 있듯이, 우황청심환은 중풍이나 정신병으로 정신이 온전치 못한 경우에 쓰는 약이지, 절대 수험생의 안정제가 아닌 것입니다. 물론 인생항로를 좌우하는 실로 중차대한 시험을 앞두고 가슴 졸이는 부모 심정을 모르지는 않습니다. 그렇다 해도 알약 하나 삼키게 하기보다는, 어떤 난관과도 '맞짱' 뜰 수 있는 대범함을 발휘할 수 있도록, 평소부터 호연지기(浩然之氣)를 북돋아 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한방 6내과 - 안세영 교수     

작성일 2017-02-20 조회수 3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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